불갑사 상사화 축제가 시작되던 첫날
산 자락 온통 붉은 상사화가 오가는 사람들의 애를 태운다
사랑이 이루어 지지 못해서
그럼에도 하나 이어서
그 만큼의 그리움으로 가득한 상사화
상사화 / 구재기
내 너를 사랑하는 것은
너와는 전혀 무관한 일이다.
지나는 바람과 마주하여
나뭇잎 하나 흔들리고
네 보이지 않는 모습에
내 가슴 온통 흔들리어
네 또한 흔들리리라는 착각에
오늘도 나는 너를 생각할 뿐
정말로 내가 널 사랑하는 것은
내 가슴 속의 날 지우는 것이다
상사화 - 이설영
이생을 살다
주검을 안고 가는 날에도
그대만을 기억하겠습니다
백 년의 기다림이
생사를 넘고 넘어
천 년이 된다 하더라도
뜨겁게 달아오른 마음
빠알간 고운 빛깔로
아름답게 잉태되는 순간까지
지고지순한 사랑 키우며 기다리겠습니다
이미 이 몸은 수천 년 전부터
당신을 기다려온 그리움지기 였기에...
불갑사 경내에는 뜬끔없이 이름모를 꽃이 마당 한 귀퉁이에 오밀조밀 피어있다
꽃이름 알아봐야겠다
상사화 - 이해인
아직 한번도
당신을
직접 뵙진 못했군요
기다림이 얼마나
가슴 아픈일인가를
기다려 보지 못한 이들은
잘 모릅니다.
좋아하면서도
만나지 못하고
서로 어긋나는 안타까움을
어긋나보지 않은 이들은
잘 모릅니다 .
날마다 그리움으로 길어진 꽃술
내 분홍빛 애틋한 사랑은
언제까지 홀로여야 할까요?
침묵속에서
나는 당신께 말하는 법을 배웠고
어둠 속에서
위로 없이도 신뢰하는 법을
익혀왔습니다 .
죽어서라도
당신을 만나야지요
사랑은 죽음보다 강함을
오늘은 어제보다
더욱 믿으니까요 .
너는 내 통증의 처음과 끝
너는 비극의 동의어 이며
너와 나는 끝내 만날 리 없는
여름과 겨울
내가 다 없어지면
그때 너는 예쁘게 피어
서덕준
이룰 수 없는 사랑이
그늘을 만듭니다
어쩌자고
이렇게 피어
그리움의
억겹을 쌓아가는 지요
비록
서로 한 몸으로
못 만나도
상상만으로
그대를 만납니다
꽃이여
잎이여
꽃은 잎을 만나지 못하고
잎은 꽃을 만나지 못하지만
서로
한 몸이니
사랑이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