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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이야기

7년만의 개방 - 설악산 흘림골 단풍 / 2

너 때문이다

이렇게 가슴이 울렁거리는 건

너 때문이다

 

 

그냥

고개만 들면

암릉들이 날 내려다 본다

 

 

그러면서

가득 품고 있는 가을의 풍경들 앞에

넋을 잃는다

정신 차려야지

아직 볼길이 멀다

 

 

계곡은 쉼 없이 흐른다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모르지만

제 갈길로 쉼 없이 흐른다

 

 

저 산은 내게 우지마라 

잊어 버리라고 노래 부르는데

저 암릉들은

나에게 무어라 말할까

웃으라 하고

잊지 말라고 하는 거 같다

 

 

웃어야 하고

잊지 말아야 

풍경 앞에서 내 몫일 거다

 

 

묵직한 그리움이 채워진다

묵직해서 아무 것 없는 거 같지만

가슴에는 뜨거운 피가 흐른다

 

 

내 산행의 특징은

모든 바위들을 보고 찍는 거 같다

그만큼

암릉산행이 좋다

어찌 두고 갈 수 있으랴

품을 수 밖에 없는 거 같다

 

 

단풍만이 아니다

모든 잎들이 가을로 울고 있다

 

 

바위 위의 소나무들이

보는 내내 풍경이다

어쩌면

저리도 풍경인지 경이롭다

 

 

단풍을 보니

그대가 보고싶다

울먹이도록

그대가 그립다

불은 단풍 사이로

붉은 눈물이 멪힌다

 

 

걷는 내내

그림같은 풍경들이 펼쳐진다

어느것 하나 놓치고 싶지 않는 풍경들

 

 

계절은 저 갈길로 가고

나는 나의 길을 가는데

바위는 늘 제자리

말이 없다

그럼에도

모든 말들이 들린다

 

 

주전폭포

비슷한 폭포들이 많아서 헷갈린다

 

 

홀로가도 외롭지 않다

어느 바람이 불어도 흔들리지 않으리

가을로 살아야 겠다

 

 

이 풍경 앞에서

살아있는 모든 것들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을

사랑해야 겠다

 

 

오르다 보면

오를 수 있겠지

오늘은

쳐다보는 걸로 핑계를 대야 겠다

 

 

학은 천번을 접어야 사연이 된다는데

단풍은 몇번을 붉어야 사연이 될까

 

 

설악이 아니고서는 볼 수 없는 풍경들이

곳곳에서 펼쳐진다

가득한 즐거움이 채워진다

 

 

가을이면

바위들도 덜 심심하겠다

온통 단풍들의 환희

바위 마저 붉게 수줍음 이다

 

 

설악의 모든 바위들에게 이름을 지어 준다면

몇날 몇 세월이 흐를 거 같다

아마 끝내지 못할 거 같기도 하다

 

 

가을을 위한 가을

그 만큼의 풍성함으로 채워진다

 

 

단풍 사이로 계곡이 흐른다

봉정암 갔던 길의 단풍길이 생각난다

얼마나 황활했던가

 

 

십이폭포 일 거다

 

 

무뚝뚝 한 거 같아도

온갖 풍경들을 품고 있다

 

 

설악의 가을이 깊어간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가을이 가고 있겠다

 

 

아무 이유도 없다

어떤 생각도 없다

오직

풍경이 전부다

다만

걷는다

 

 

바위도

외로운 가 보다

가끔

대화를 낳는다

 

 

나도

나의 풍경을

네게 보여 주고 싶은데

풍경이 되지 못한다

이해 하렴

 

 

대신

너의 풍경을

맘껏 볼께

고맙다

 

 

너는 여기 이곳에 있는 것이 확실한데

나는 어디에 있는 걸까

 

 

도대체 나는

어디에 있어야 하는 걸까

내내 물어보지만 대답을 하지 못한다

 

 

새로 개방을 해서 인지

정비가 제법 잘 되어 있다

덕분에 너무나 즐거운 흘림골

풍경에 홀린다

 

 

흘림골을 지나

주전골 삼거리를 만난다

이곳에서 부터는 주전골 이다

다녀왔던 풍경들 앞에서

주전골은 또 어떻게 보여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