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곳에는
눈을 아무리 보려고 눈을 씻고 쳐다봐도 눈이 좀처럼 내리질 않는다
그래서 아쉬운 사람이 눈을 보러 간다
담양 관방제림의 설경
아쉽길 잘했다
눈이 내리고 있고
온 세상이 하얗게 반겨준다
멈춰선 모든 것들이 하얀 눈으로 덥힌다
그래서 모든 허물들이 용서가 되는 풍경
설경 이다
그 푸르고 푸르던 녹음이 계절로 멀어져 가고
겨울의 앙상한 나무마다 하얀 눈들이
소복소복 쌓인다
마냥 걷고 싶다
걷고 또 걷고
다시 걷고
또 다시 걷고 싶은 길
내리는 것이 눈 뿐이랴
나도 하얗게 내려 앉는다
마음 깊은 곳이 하얗게 변해간다
풍경 앞에서
울음을 참기란 참 어려운 거 같다
울컥 목이 메인다
걸어갈 수록 눈은 더 내리고
나무들은 저 마다의 모습으로 눈을 맞는다
자연이 주는 무엇이든 달게 받는 자세가 부럽다
이제 아래길로 내려와서 걷는다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보이는 나무들의 설경
가지런히 세워진 나무 사이사이 마다
눈이 세차게 내린다
그 근끈한 정을 떨쳐내기라도 하려는 듯
바람과 함께 눈을 뿌려 대지만 나무들의 표정은 변함이 없다
영산강이 유유히 흐르고
가로수로 심어진 메타쉐콰이어 나무들이 예쁘다
눈이 오는 설경
비가 내리는 우경
생각할 수록 은혜 같다
창조주를 생각하라는 은혜의 내림들
눈 내리는 풍경 하나로
온 세상이 하나가 되는 느낌이다
짙은 여름의
붉은 가을의 풍경을 봤지만
다시 봐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펑~펑 내리렴
원하는 마음껏 내려
온 세상을
너의 것으로 채우길
그래서
모든 사람마다 하얗길
하얀 마음으로 깨끗해 지기를
더 아름다워 지기를
장영희 교수의 책 제목이 생각난다
"이 아침 축복처럼 꽃비가"
축복처럼 눈이 내린다
밑에서 보이는 풍경은
또 사뭇 다르다
자연과 사람이 하나가 될때
가장 아름다운 거 같다
눈이 점점 더 쌓여간다
온 세상이 하얗게 변해간다
누군가
어설프게 만들어 놓은 눈사람
나름 귀엽다
이제
메타쉐콰이어 길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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