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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킷리스트

버킷리스트 - 설악산 공룡능선 1부

우리나라 국립공원 제 1경

설악산 공룡능선

나의  버킷리스트 

여러 산들을 오르고 오를 때마다

마음에서 늘 속삭이던 곳

그래서 기어코 

오롯이 혼자인 시간을 걷는다

설악산

그리고 공룡능선

 

 

회사에서 근무 끝나자 마자

거의 6시간을 달려 설악동에 도착하고

차에서 잠을 좀 자야 하는데

설레임 일까

아무리 뒤척여도 잠들지 못하고

그러다 새벽 02시

매표소 문이 열리고 비선대로 가는 길

 

랜턴에 의지하여

온통 칡흙의 어둠을 걸어

설악으로 들어간다

 

깊은 어둠속

작은빛 하나가 길이 되어줄 수 있는

평범한 진리가 

오늘따라 기적이라고 말하고 싶다

 

 

작은빛 하나에 의지하여 걷느라

풍경은 커녕

고개한번 제대로 돌리지 못하는 고행의 길이

길게길게 이어지다가

드디어 마주하게 되는 설악의 아침

그리고 일출

눈물나게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진다

 

 

기다렸다는 듯이

펼쳐지는 풍경앞에

가슴은 요동을 치는데

어서오라고

잘 왔다고

반겨주는 설악의 인사가

떨리면서도

설레임으로 

가슴을 진정시켜 준다

 

 

설악의 일출

어느 일출 보다도

설악의 일출은 평생 잊지못할  거 같다

이 장엄한 풍경앞에 할말을 잃어

그저 

가슴이 시키는 대로

먹먹해지는 가슴을 움켜잡고 일출을 맞이한다

 

 

설악의 관문이  열린다

앞으로 보여질 풍경이

어떠할까

기대가 되고 설레인다

가슴이 계속 두근거린다

 

 

공룡능선 에서 제일 높다는

1275봉이 보이고

그 뒤로 중청과 대청봉이 보인다

 

어둠에 주눅 들었던 심신이

일출의 빛으로  조금은 여유를 갖는다

즐길 준비가 되었다

발걸음이 춤을 추기 시작한다

 

 

설악을 알리는 풍경들이 여기저기 펼쳐진다

남성미 넘치는 바위들이 이어진다

설악은 설악이다

 

 

설악의 속살이  깨어난다

장엄한 풍경앞에

마음이 숙연해 진다

 

나의 버킷리스트 이지만

너의 우직함이기에 꿈을 이루는 거 같다

 

풍경 앞에서

나는 어찌해야 하는지

대답을 찾아야 하는 순간이다

 

 

 

 

 속초 바다 위로 일출이 한창이다

산은 산 대로

바다는 바다 대로

하루의 희망으로 붉게 타오른다

 

나는 

설악을 온전히 느끼기 위해

내 자신을 내려놓고 설악으로 채운다

 

 

우리는 

계절마다

또 시간마다

순간순간 변해가고

 달라지는 풍경들을

얼마나 볼 수 있을까

 

아마

생을 생으로 다 채운다고 해도

다 보지 못할 것이다

그만큼의 자연

 

 

공룡의 능선 너머로

설악의 주봉

대청봉이 보인다

 

가끔은

아무것 아닌

어느것 하나가

울컥

그리울 때가 있다

대청봉의 빨간 글자가

내게는 울컥 이었고

그리움 이었다

 

 

강영우 박사님은

"우리가 오르지 못할 산은 없다"고 했다

 

산은 우리가 쉽게 오를수 있는 만만함이 절대 아니다

산에 대한 겸손과 인내 만이 우리가 오를 산이 된다

오를 수 있는 희망이 된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그냥 이란 없다

우리를 살게 하는 그 무엇이 있는 것이다

 

 

 

앞전에 왔을 때

눈이 산으로 향할 때마다 보이던

세존봉이 가까이 보인다

멀리서 볼 때는

혼자

외롭게 보이더만

가까이에서 보니

여러 바위들로 둘러싸여  있다

 

 

공룡능선의 봉우리들마다 이름이 있던데

자세히 모르겠다

봉우리들의 이름보다

지금은

걷는 내 걸음에 집중하고 싶고

느끼는 내 마음에 공감하고 싶다

 

운해가 살짝 보인다

정말 운해가 많을 때

얼마나 아름다울지 상상이 안된다

 

상상이상의 풍경들

표현 못 할 장관들

자연에 비하면

우리는 얼마나 부족한 존재인 걸까

 

 

일일이

하나하나

알수도

볼수도

밟아 볼 수도 없는 풍경들이

사방 가득히 펼쳐진다

 

 

대청봉은

공룡능선을 타는 내내 보인다

저곳을 밟고

우뚝 선 내가 보인다

환희의 그 순간이 자랑스럽다

 

산행은

그리고 여행은

나를 버리기도 하지만

지극한 정성으로 만나기도 한다

 

 

나한봉일까 싶다

한 그루의 나무가 배경이 되어준다

 

주인공이 아니더라도

조연이 되고

배경이 되어 주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충분히 아름답고 행복해 질 권리가 있다

 

 

한무리의 구름이 봉우리로 돌진한다

곧 운무로 덥힐 거 같다

산행을 걷는 내내

변화무쌍의 풍경들로 바뀐다

 

 

탐방할 수 없는 곳의 풍경

가보지 못한 길이 더 아름답다고 했는데

가볼 수 없는 곳의 풍경은 얼마나 아름다운 걸까

 

 

바위 정상의 모습 일부

바위가 얼마나 큰지

 다 찍히질 않는다

하지만

우리의 눈은 얼마나 위대한가

한 눈에 보이고 한번에 담을 수 있다

 

 

가야할 곳곳에

기암괴봉들이 자리잡고 있고

보이지 않던 길들이

다가서면 이어지고 이어지는 꿈의 산행을 하고 있는 거 같다

 

 

황새봉

날개를 활짝 펴는 황새를 닮았다

날지는 못하지만

황새라는 이름으로 영영 불릴 것이다

 

 

공룡능선의 길은 놀이터의 시소 같다

오르막 내리막이 여러 번 이어진다

그래서 힘들다고 하는데

난 의외로 즐거웠다

마냥 오르고 내려가는 길보다

시소 타듯이 오르고 내려가는 길

그리고 풍경들이 있어서 힘들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고

길은 길이다

걸을수록 길이 보이고

길이 되어준다

기꺼이 길을 내어준 산이

고맙다

 

얼마나 많은 시간들을 견디었을까

바위틈에 씨가 날아들고 뿌리가 내려

이렇게 자라기까지

그 기다림의 시간들을

우리는 감히 생각할 수가 없을 거 같다

자연의 위대함 앞에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일부를 보면 근엄한 얼굴 모양의 바위 같은데

전체를 보면 반대편을 응시하고 있는 짐승의 모습을 닮았다

 

난 

타인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보이고 있는 걸까

항상 미소였으면 좋는데

시간이 갈수록 변해 가는 거 같다

 

 

세존봉이 보이고

너머로

앞전에 다녀왔던 울산바위가 보인다

 

신이

울산에서 금강산으로 가지고 가려다가

하도 무거워

이곳 설악산에 내려놓았다는 울산바위

그 장엄함에

아직도 가슴이 두근 거린다

 

 

지나온 길

언제 다녀갔냐는 듯이

산은 

또 다른 모습으로 보인

그래서

산은 오를지언정

다 알 수는 없는 거 같다

 

 

하나의 바위지만

여러 개의 작은 바위들이 하나씩 모여

무리를 이룬 거 같다

정말 신비스럽다

 

 

이 소나무도

인고의 시간들을 견디었기에

지금의 장관 일 거다

 그 용기와 기백이 현재에의 결실

경이롭다

영원하길 바래본다

 

 

그냥

자체가

하나의 커다란 풍경 같다

하나하나의 풍경들이 모여

전체로서의 풍경을 만들어 낸다

 

너는 내가 필요하고

나는 네가 있어야 하는

그런 풍경들의 조합

공룡능선이다

 

 

무리 지어 풍경을 이루는 암봉 사이로

운해가 사이사이 흐르고

하늘은 적당이 흐리고

자연이 스스로 만들어 내는 풍경 앞에

나는 가만히 서서

그들의 순리 앞에 

나조차도 하나의 풍경이 되는 거 같다

 

아무리 

아름다운 풍경일지라도

내가 그 자리에 없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풍경마다

눈이 부시고

가슴이 채워진다

이것이 자리 잡기 전에

저 풍경이 비집고 들어오고

가라앉을만하면

이런저런 풍경들이 가슴을 파고든다

가슴이 아우성이고 소용돌이친다

 

 

말이 필요 없다

오직

침묵만이

풍경에 대한

예의 일 것이다

그러니

잠잠하자

 

 

시간이 흘러

나는 이 풍경을 잊는다 해도

가슴은 잊지 않고 기억하여

힘들고 아플 날에 

하나씩 꺼내어

위안이 되어 줄 거다

 

 

운해가

봉우리를 기어코 삼킨다

그러다

바람이 불면

훅 하고 달아났다가

또 달려들기를 여러 번

바람과의 숨바꼭질이 즐겁다

 

 

만약에

아주 만약에

이곳에 다시 온다면

전혀 다른 풍경들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그대로의 기암괴봉 이겠지만

바람이

하늘이

그대로의 풍경은 보여 주지 않을 것이다

 

퇴직하면

고생했노라고

이 길을 다시 걸을지 모르겠다

 

 

저 구름 타고

대청봉까지

훌쩍

다녀오고 싶은데

그것을 아는지

곁으로 오질 않는다

모든 것은

순서가 있다고 알려준다

 

 

킹콩 바위

킹콩인 줄 모르고 찍었는데

여러 사람들이 킹콩 바위라고 불러서

자세히 보니

영락없이 킹콩이다

 

 

고산준령

높은 산과 험한 고개

설악에 어울리는 말이다

그만큼 깊고 높다

 

 

1275봉 바위의 건너편 바위가

맑게 보이더니

가까워 지자 안개에 덮다

그냥 보여주기 보다

더 신비한 모습으로 보여주고 싶은가 보다

 

 

1275봉으로 가는 길

온통 돌길인데

아름답기까지 하다

 

길이 아름다울 수 있는 건

 그 자리 그곳에 이기 때문 일 거다

어떠하든

머물러 지켜가는

인내이기에

아름다울 거다

 

 

안개가 서서히

몰려와서

몽환적 분위기를 선물해 준다

그래서

 더 자주 돌아보게 된다

 

 

1275봉의 일부

올라가는 길이 있다고 하는데

혼자 올라가는 것은 위험하여 그냥 통과한다

산은 말이 없지만

실수에 대해서는 단호한 편이다

산에 오면

산의 말을 들어야 한다

욕심은 금물이다

 

 

계절마다

산은 또 얼마나 아름다운지

봄의 기운

여름의 녹음

가을의 단풍

겨울의 설경을 

그때마다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인생은 짧고

시간은 유한하고

볼 것은 무한하다

 

 

설악산은

남성의 강인함이 느껴지는 산이다

묵직한 바위들이

단단하게 자리를 잡고

거대한 기세로 

보는 이를 압도한다

볼 테면 보라는 배짱의 풍경들이 

곳곳에 진을 치고 있다

 

 

 

사랑이다

사랑이 아니고서는

이 험로의 산행은 못할 것이다

버킷리스트이기도 하지만

사랑이 아니었다면

버킷이라는 말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너를 보고 싶고

너는 나를 원하는 산행이기에

이토록

행복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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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