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그 노랗던
화려함이 끝나고
겨울 지금은
어느 모습일까
구례 산수유 마을
이제는
빠알간 산수유 열매가 꽃으로 피었다
열매를 따서
말리고 가공하여 재료로 써야하는데
미처
수확하지 못한 산수유 열매가
여기저기 남아있다
겨울
낙엽은 하나도 없고
오롯이 영글은 열매들이
반짝반짝 빛이난다
잔설은
햇빛에 녹아내리고
산수유는
계절에 여물어 간다
빨간 열매
주렁주렁
길게 내뿜는 손길에
겨울이 잔뜩 묻어있다
우리는 무엇입니까
화려한 날들이 지나고
이렇다 할 무관심에도
주눅들지 않고
묵묵히
피어내는 열매 입니다
살아서
움직이는
모든 것들에게는
저 마다의 몫이 있다
그래서
나는 나의 몫을 해내리라
눈이 많이 와서
저 위에 앉아
송이가 된다면
얼마나 예쁠까
눈은 오지를 않고
잔설만이 남아
그 날의 전설을 들려주는 거 같다
계절이고
시기이니 만큼
그리 많지는 않지만
군데군데 열매가 남아
마음을 머무르게 한다
꽃이 진 자리
열매들이
꽃을 대신하여 피었다
간밤에 하얀 눈들이
아침 햇살에
거의 녹아 없는데
햇빛을 피한 눈들이 한데 모여
어찌 꽃에라도 숨어볼까
회의를 하고 있다
많은 시간과
오랜 날들을
고개숙여 살아왔음을 고백합니다
별거 아닌데도
고개숙여
부끄러웠음을 시인합니다
하지만 결국은
일어서야 함을 깨닫습니다
꽃이 핀 다는 것은
기나긴 겨울을 보냈다는 것이고
열매가 맺혔음은
그 화려한 꽃봄을 지내왔음을 알기에
그 날들을 아까워 하지 않겠습니다
갈곳 없고
오란곳이 없으면
이곳으로 오세요
그래서
산수유 열매
한 웅큼 만큼의 위안이 되기를
너를 보는 시간들이
째깍째각 줄어들지만
또 볼 수 있다는
기다림이 있기에
나는
온전히 그 시간들을 즐기련다
자세히 보아야 보인다
가까이 보아야 보인다
사슴 닮았음을
그 화려함은 아닐지라도
게절만큼의 아름다움이
잔잔한 풍경이 안겨온다
떠나기를
머물러 품기를
함께 보고 행복하길
하얗게 하얗게
빨갛게 빨갛게
저 마다의 색감이 있는 것이다
이시간
이장소
이풍경들
그리고
나
풍경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여러 해석이 있을 거다
그래서
음악이 되고
시가 되고
책이 되리라
너도 풍경이겠지만
나의 삶도 한 폭의 풍경 일거다
아름다웠으면 좋겠다
계절은 소리없이 왔다가
여기저기 무언가를
실컷 꾸며 놓고는
소리없이 가는 거 같다
깊어갈 수록
익어 가겠지
시간일 수록
깊어져야 겠지
계곡 물 사이로
고드름이 예쁘다
계곡 위 산수유 나무
봄 되면
얼마나 이쁠꼬
상상만으로도 꽃이 핀다
어딜가나
보이는 고양이
요즘들어
더 많이 보이는 거 같다
겨울날씨에
산수유 열매
어쩌면
끝이 아닌 시작인 거다
봄 산수유에 관한 예찬은 많은데
겨울 산수유에 대한 눈길은
허전 하기만 하지만
그럼에도
계절을 다하는 순리이기에
이토록 아름답다
겨울답게
계곡의 풍경도
겨울로 깊어간다
향연 보다는
이렇듯
고요함이
나는 좋다
섬진강 시인
홍준경 님의 시
벽화로 그려져 있다
샘솟듯 솟아오른 건 우물만이 아니었을거다
어느집
산수유 열매가 곱게 익어간다
길게 펴놓은 꽃 같다
저 벽화가 참 정감이었는데
살림살이가 먼저이다
산수유 열매가 주렁주렁
추억을 이야기 한다
어느 것인들
사연이 없을까
문득
생각이 나
카메라 하나 달랑
기대없는 발걸음에
살포시 안겨오는
풍경들
가슴
깊숙한 곳
그리움 꺼내어
사랑을 속삭이고
추억을 노래하네
까마귀
흉조이든 길조이든
오늘은 무지 행복할 것이다
상관마을 벽화
겨울
산수유
이렇구나
이렇게 피었었구나
다가오는 봄에
또 산수유
벌써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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