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호 상부댐
송화가루가 넓게 퍼져
어느 작가의 휘몰아치는 텃치처럼
전혀 다른 분위기를 보여준다
비가 그친 뒤
안개에 젖은 풍경들이 몽환적이다
분홍달맞이꽃이
비에 잔뜩 젖어있다
맑은날의 풍경보다
조금은 다른 분위기의 풍경
가끔은 분위기를 바꾸어 볼 필요가 있다
저 안개위에
배 한척 띄워
유유자적 떠돌고 싶다
온통
안개세상
진실은 모두 가려져 있다
샤스타 데이지 꽃
처음 들어본다
각시붓꽃도 예쁘게 피어
신랑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안개가 조금씩 걷히고
서서히 본연의 모습들이 드러난다
때로는
본연의 모습보다
이면의 모습이 아름다울 때가 있다
이 물이
순천만 까지 흘러가서
갈대숲을 키운다
비가 와서
수문의 한쪽을 열었다
물가에 심기운 나무들
더 잘 크고 있다
이제 상사호
커다란 저수지 위에 송화가루 가득
자연이 작가가 되어
작품을 만들었다
비가와서
물이 제법 차 있다
안개가 서서히 걷혀지고 있다
맑은날에 찍은 상사호 사진
안개낀 날과 사뭇 다르다
안개는 그 읍의 명물이다. / 누구나 조금씩은 안개의 주식을 갖고 있다.
기형도 詩 < 안 개 > (1985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작)中에서
물이
잔잔하니 참 맑다
저 끝에도
안개들이 물결과 부딪히며 놀고있다
어쩌면
답답한 느낌의 안개
하지만
안개로 인해 생물들이 숨을 쉰다
나무 사이로 나무가 보이고
나무 사이로 안개가 보인다
건너편
산 자락에도
안개에 갇혀있다
가까운 곳
상사호
그리워 상사병이 아플때면
한번씩 찾아가서
그리움 달래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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