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꽃 보러 왔다가
괜히 눈물 한 방울이네
이토록
처절한 아름다움 이여
그대 만큼의
붉음으로 살아가리라
그대 정도의
아름다움으로 살아가리라
옥룡사지 동백숲 입구
작년에는 없던 조형물이 설치되어있다
동백 /강은교
만약 내가 네게로 가서 문 두드리면
내 몸에 숨은 봉우리 전부로 흐느끼면
또는 어느 날 꿈 끝에 네가 내게로 와서
마른 이 살을 비추고 활활 우리 피어나면
끝나기 전에 아, 모두 잠이기 전에
누군가
동백꽃들을 예쁘게 모아 놓았다
마음이
꽃을 닮았을까
길가에 뒹구는
동백꽃들의 환영에 시큰해진다
동백꽃 그리움 /김초혜
떨어져 누운 꽃은
나무의 꽃을 보고
나무의 꽃은
떨어져 누운 꽃을 본다
그대는 내가 되어라
나는 그대가 되리
동백 피는 날 /도종환
허공에 진눈깨비 치는 날에도
동백꽃 붉게 피어 아름답구나
눈비 오는 저 하늘에 길이 없어도
길을 내어 돌아오는 새들 있으리니
살아 생전 뜻한 일 못다 이루고
그대 앞길 눈보라 가득하여도
동백 한 송이는 가슴에 품어 가시라
다시 올 꽃 한 송이 품어 가시라
동백 /문정희
지상에서는 더 이상 갈 곳이 없어
뜨거운 술에 붉은 독약 타서 마시고
천 길 절벽 위로 뛰어내리는 사랑
가장 눈부신 꽃은
가장 눈부신 소멸의 다른 이름이라
꽃처럼 살려고 / 이생진
꽃피기 어려운 계절에 쉽게 피는 동백꽃이
나보고 쉽게 살라 하네
내가 쉽게 사는 길은
쉽게 벌어서 쉽게 먹는 일
어찌하여 동백은 저런 절벽에 뿌리 박고도
쉽게 먹고 쉽게 웃는가
저 웃음에 까닭이 있는 것은 아닌지
'쉽게 살려고 시를 썼는데 시도 어렵고 살기도 어렵네
동백은 무슨 재미로 저런 절벽에서 웃고 사는가
시를 배우지 말고 동백을 배울 일인데’
이런 산조(散調)를 써놓고
이젠 죽음이나 쉬웠으면 한다
동백이 활짝, /송찬호
마침내 사자가 솟구쳐 올라
꽃을 활짝 피웠다
허공으로의 네 발
허공에서의 붉은 갈기
나는 어서 문장을 완성해야만 한다
바람이 저 동백꽃을 베어물고
땅으로 뛰어내리기 전에
안 된다
그만
이제 더 이상
그만
모가지를 꺾어
붉게 지는 꽃
잊어야할
사랑이거든
아예
지워버려라
붉게
뚝
뚝
토해내는
사랑의 각혈
김옥남
동백꽃에 나비가 있다면 사고 나겠지
동백꽃이 오월에 핀다면
나비가 투신 자살 하겠지
겨울에 피길 잘했지
살면서 부산피는 것도 잘하는 짓은 아냐
섬에서 혼자 피길 잘했지
이생진
동백
권갑하
어느 정변의
뜰 안,
바람마저 소스라치는
한순간
감당 못할
고요가 엄습했나
눈물도
미처 거두지 못한
붉게 타는
저
자결!
붉은 핏덩어리 같은
동백꽃 꽃말을
오늘에야
뒤늦게 알았다
'그대만을 사랑해'
그래
사랑이었구나
단 한사람을 위해
온 머음 모아 살았기에
저리도 묽게
저리도 뜨겁게
활활 불꽃 되었네
불타는 심정 되었네
정연복
김재황
벼랑을 짚고 섰는
등 굽은 동백나무
그리움은 새파란데
동박새 한 마리
더욱 붉어라
동백꽃 - 조남명
녹다 만
하얀 눈을 제친
동백꽃
골짜기
시린 해풍에
시달려도
눈이 부실 듯
불이 붙은
다홍 화여!
누구를 그리워하여
못 기다린 채
깊은 삼동에 피었는가
동백꽃 /도지현
동박새 날아 올라
애처로운 울음 우는 곳
그 소리 따라가니
선혈이 낭자한 여인이
해풍을 품어 안고 있다
뚝뚝 떨어진 핏자국이
즐비하게 늘어져
백사장을 붉게 물들였다
나는 오늘 거기서
진실한 사랑을 호소하는
처연한 여인의 모습을 보는데
동백꽃 피다 /목필균
네 이름 석자를 분해한다
뚝뚝 떼어넨 자음과 모음을
잘게 부순다
다시 조합할 수 없는
네 이름의 분말들
허공으로 날려보낸다
분해된 이름 대신
가슴에 선혈로 피어난 꽃
이별보다 사랑이 더 아프다
고목에
한송이 동백꽃이
사뿐히 내려앉아
꽃이 되게 하네
동백지다 /청원 이명희
순결한
첫 순정이
절명한 혼 이지만
통째로 무너졌던
그날 밤이 좋았다
원죄의
핏빛이련가
슬픈 인연 눈부시다 .
동백꽃 /유안진
엄동 눈바람에
어쩌자고
피느냐
좋은 세월
다 놓치고
이제야 피느냐
목숨마저 켜 드는
등불임에도
별무리마저 가슴 죄어
차마
지켜 새우는
겨울 뜨락의
한 자루 촛불
나의 신혼이여.
동백꽃 /서소영
십 년만에 당신이 보내온
빨간 동백꽃 한송이
십년 넘게 간직해온
우리 처음 만난 날에 따온
푸른 동백잎 하나
당신도 알겠지요.
십년의 기다림속에
내 사랑도
동백꽃처럼 뜨겁고
동백잎처럼 푸르다는 것을
십년 백년이 지나도
내 사랑은
기쁜 기다림으로
세상에서 가장 고결하다는 것을..
동백 /석여공
누가 첫 입술로 저 동백에 입맞춤 했나
누가 저 동백 못 잊게 해서
들어오시라고, 성큼 꽃 속으로 동백길 가자고
붉은 몸 열어 만지작거리게 했나
저 동백 누가 훔쳐 달아나 버려서
혼자라도 그리운가 아득히
동백을 보면 언제나 춘정은 몸살지게 살아
나 아직 쿵쿵 뛰는 가슴이어서
그대여 저 붉은 귀에다 소식 전하면
그 길에 누워서 죽어버려도 좋겠네
대가족이 한 곳에 모여
잔치를 하듯 놀고있는 거 같다
나보고
어쩌라고
이리도
아름답게
피었는가
나무에 달려서도 꽃이되고
땅에 떨어져서도 꽃이 되는
그래서 두 번을 꽃피우는 동백꽃
그늘 사이로
헷빛이 파고들고
잘 숨은 동백꽃 하나
곧 햇님에게 들키겠네
동백꽃이 지고 있네
송찬호_
기어이 기어이 동백이 지고 있네
싸리비를 들고
연신 마당에 나서지만
떨어져 누운 붉은 빛이 이미
수백 근 넘어 보이네
벗이여, 이 볕 좋은 날
약술도 마다하고
저리 붉은 입술도 치워버리고
어디서 글을 읽고 있는가
이른 아침부터
한 동이씩 꽃을 퍼다 버리는
이 빗자루 경전 좀 읽어보게
동백꽃 /문충성
누이야
동백꽃 피어나는 꽃소리 들어본 적 있느냐
사각사각 맨발로 하얀 눈 한겨울 캄캄함을 밟아 올 때
제주바다는 이리저리 불안을 뒤척이고
찬 바람을 몰아다니던 낙엽 소리 돌돌 잠재우며
밤새 동백꽃 피어나는 꽃소리 아련히
나의 잠 속에 묻혀가고 있다
겨울을 이겨낸 침묵 만큼이나
붉디붉은 정열에
마음을 뺏긴다
한송이의 외로움
세송이의 즐거움
그리고 두송이의 그리움이
꽃으로 피어난다
동남풍
바람의 밧줄에
모가지를 걸고는
목숨들이 송두리째
뚝, 뚝 떨어져내린다더군
나, 면회 간다
동백 교도소로
송찬호
나,동백꽃 보러 간다 중에서
나무에
한 가득
동백꽃이 피었네
피고있고
지고있고
자연의 순리
그 연명의 진리여
꽃송이 틈에서 밀려낫을까
외로운 한 송이
길가에 떨고있네
선운사 동백꽃
김용택
여자에게 버림받고
살얼음 낀 선운사 도랑물을
맨발로 건너며
발이 아리는 시린 물에
이 악물고
그까짓 사랑 때문에
그까짓 여자 때문에
다시는 울지 말자
눈물을 감추다가
동백꽃 붉게 터지는
선운사 뒤안에 가서
엉엉 울었다
동백꽃 천지에
이름모를 나무 한 그루
우뚝 서서는
꽃이 잘 피고 있는지
낙화가 아름다운지
지켜보고 있는 거 같다
동백이 지는 자리
그리움만 쌓여가네
돌아나오는 길
진달래도 만개를 준비하고 있다
봄
마냥
행복해질 거 같다
곧
옥룡사지 동백숲 문화행사 한다는데
한번 더 와서
동백꽃들의 잔치를 맛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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