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진달래
아무리 감추려 해도
감출 수 없네
마음속에 자꾸 커 가는
이 짓붉은 사랑
무더기로 피어나 나를 흔드네
내 살아 너를 사랑한다는 것이
이리도 가슴 뛰는 일이네
내 살아 너를 훔쳐볼 수 있다는 것이
이리도 숨막히는 슬픔이었네
파도치는 내 마음
감춘다는 건 다 말장난
아, 진달래
(홍수희·시인)
비가 온 다음
안개 자욱한 날에
다녀온
진달래 향연
영취산
아름답더라
황홀하고
미치겠더라
등산 초입
임도에
여기저기 걸려있는
진달래에 관한 시
유명 시인의 것도 있고
초등 어린이의 귀여운 상상도 걸려있다
첫번째 조망에서 보이는 여수산단의 위용
멀리 여수대교가 보이고
그너머에 이순신 대교가 있다
비에 젖고
안개에 덮힌
진달래 한 그루가
몽환적 분위기로 보여진다
산 벚꽃도
그리 만개하더만
어느새
낙화의 순리를 따르고 있다
긴 세월 앓고 앓던
뉘의 가슴
타는 눈물이런가.
(박종숙 시인)
온통
진달래밭 일건데
안개에 가려
제대로 보이지 않지만
분위기 만큼은 참 좋다
물이 피 되어 흐르는가
오늘도 다시 피는
눈물의 진한 빛깔 진달래여
(이해인·수녀 시인)
억새와
진달래
안개로 인해
한 폭의 그림이 된다
마음 저리도록
그리운
내 님
모습 같이
피어 있다
(김근이·시인)
지금은
절정을 지나고
하나둘 씩
모습이 변해가는 중이다
단 한 사람이라도
참으로 깊이 사랑하면
꽃의 영혼
꽃의 투혼을 갖게 된다.
(정연복·시인)
진달래
김윤현
깊은 계곡에서
외진 산등성이에서
혹은 걱정스런 반도에서
어느 잠들지 못하는 붉은 영혼이 있어
해마다 봄이 되면
손가락 끝 마디마디에다 불러 내는가
진달래꽃
어제는 버얼겋게 산몸살 앓더니
오늘은 아침부터 당신이 홍역을 앓고 있다
언젠가 터질 화약火藥처럼
(김미숙·시인)
절제
청렴
사랑의 즐거움
곷말 조차도 참 예쁘다
안개 자욱한 날씨
한치앞도 어려운 곳에
진달래는
하나 둘
제 온 모습을 보이며
춤을 추고있다
한라에서
백두까지
봄마다
앓는 홍역
열꽃 피워
가슴 태우는
이루지 못한
애달픈 사랑
(김경숙·시인)
어릴 때
배고프던 유년에
진달래꽃 으로
배고픔을 달랬던 시절이
그립습니다
진달래 터널이
군데군데
탄성을 자아낸다
진달래 터널을 지나면
이 세상이 아닌
다른 세상으로의 초대를 받아
가는 것 같은 환희에 몸이 떨린다
산마루를 향해 번지는
분홍빛 꽃잎처럼
내 안에 갇혀 있던
그리움도 함께 피어나고 있다.
(이미순·시인)
눈을 감아라
봄날 산에서는
숨을 고르라
(이국헌 시인)
등산로는
오르내리기
안 불편하게
정비를 잘해놓았다
예뻐라
너무도 예뻐라.
벗은 연분홍 진달래의
곱디고운 영혼
(김남숙 시인)
가끔은
한송이가
어느 무리진 꽃보다
마음을 울릴때가 있다
겨울 잘 지냈다
붉은 꽃
한아름 안아보아라
가슴 가득히
네 사랑이다
뜯어먹어 보아라
얼굴 파묻고
울어 보아라
꽃이다
사랑이다
피눈물이다.
(유한나·시인)
보는 것이다
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눈감는 것이다.
(정영자·시인)
자욱한 안개 덕분에
평범한 사진이
몽환의 작품이 된다
전망대
하지만 어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이럴땐
내면을 들여다 볼 일이다
잘하고 있는지
잘지내는지
산 가득 뒤덮듯 흘러내립니다.
지난해, 산에 묻은 시퍼런 슬픔을
봉우리마다 얼마나 찧고 찧었는지
짓붉은 피 배어 올라 사태집니다.
(김하인·시인)
그땐 참,
내 마음이 저리
붉었습니다
당신이 지나치며
투욱,
떨어뜨린 불씨 하나가
내 영혼 가파른
벼랑 위로
잘도 활활 타들어
올랐습니다
타들어
오신 길 마저 닿을 듯
아슬한 그리움
문득 철렁이는 아픔
되어도
다시는 그 후
지나치며
투욱,
불씨 하나 떨어뜨려 주지
않으셔도
그땐 참,
이별도 사랑이라 저리
붉었습니다
그땐 참,
눈물도 꽃잎이라 저리
붉었습니다
(홍수희·시인)
고목 하나가
등산로 가운데
떡 하니 버티고 서서
그냥
가지말고
보고 가라한다
잘 보라고 한다
사람아, 눈물겹게 소중한 사람아
이 계절마저 다 이울기 전에
우리 서로
흐드러지게 어울려 보세
대책 없이 바람 든
저 철부지 진달래꽃처럼
한 번 오지게
사랑해 보세
(장세희·시인)
정상까지
이어지는 꽃길이
얼마나 아름답고
황홀한지
꿈속을 걷는 거 같다
조용하고
고요하게
잠든 꽃들이
깨어나지 않게
어지러워라
눈부신 이 아침의 봄멀미.
밤새 地熱에 들뜬 山은
지천으로
열꽃을 피우고 있다.
진달래.
(오세영·시인)
진달래꽃 피는 거
진달래 저리 꽃피는 거
그거 봄비 때문 아니다
보고픔이 저도 모르게
삐어져 나오는 것이다
소쩍새 저리 우는 거
그거 어둠 탓이 아니다
그리움이 저도 모르게
울음 토해내는 것이다
내 마음 이리 쓸쓸한 거
누가 시키는 거 아니다
나도 모르는 내 마음이
저 혼자 그러는 것이다
(강인호·시인)
눈길 따라
사르르-
번져 가는 그리움
시린 가슴 녹이며
추억의 무늬로 핀다
(오경옥 시인)
진달래꽃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우리다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김소월·시인)
진달래
그대 이 봄 다 지도록
오지 않는 이
기다리다 못내 기다리다
그대 오실 길 끝에 서서
눈시울 붉게 물들이며
뚝뚝 떨군 눈물꽃
그 수줍음 붉던 사랑
(박남준·시인)
영취산 정상
진례봉
안개로 인해
사방의 풍경은 보이지 않지만
아마도
바다
바다 일 것이다
그저
지나치는 눈길만으로도
행복에 겨워
꽃잎 떨며
몸서리치는,
봄이면
해소병처럼 도지는
열꽃 같은 사랑
(최원정·시인)
진달래
봄바람이
치맛자락 살랑거리며
임을 찾아 이 산 저 산
옷깃 스친 자리마다
그리움의 한(恨)
붉게 물들어
바쁜 길손
눈길 잡고
임 소식 물어오네
(권선환·시인)
수줍어 수줍어 다 못타는 연분홍이
부끄러 부끄러 바위 틈에 숨어 피다
그나마 남이 볼세라 고대지고 말더라
(이은상 시인)
봄을 피우는 진달래가
꽃만 피운 채
타고 또 타더니,
꽃이 모자라
봄이 멀까요?
제 몸 살라 불꽃
산불까지 내며
타고 또 탑니다
(목필균·시인)
엄마
우리 엄마
진달래 꽃 따서
화전을 해 주시던
우리 엄마
그립습니다
산행의 끄트머리에선
항상
말이 없어진다
보고온 것
품었던 것들이
달아날까봐
잃어버릴까봐
안으로
안으로
문을 걸어 잠근다
억새는
억세여서
어느 바람에도
어느 날까지도
제 모습을 잃지않는다
.......................................................
영취산
아주 가까워서
아주 멀리했던 산
그럼에도
변함없이
진달래는 피어
오늘하루
연분홍 꽃길이
꿈만 같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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