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되면
낙안읍성의 은행나무 들이 노랗게 물들어 간다
그 황홀한 순간들
낙안읍성에 들어서자
기다렸다는 듯이
커다란 은행나무가 노랗게 손을 흔들며 반긴다
낙안읍성 입구
감이 익어가고 산들이 붉게 변해간다
가을도 변해가고 있다
지나온 어제 보다
지나갈 내일 보다
오늘에 머무르고 싶다
모든것들이
어떠했고
어떠한들
오늘에 머물러
순간이 되고싶다
긴 시간들을 보내며
나무들은 얼마나 많은 계절을 보냈을까
어느덧
훌쩍
가버린 시간 앞에서도
나무는
제 몫의 순리에 흐트러짐이 없다
낙엽마다
사연들이 맺히고
가지마다
가을편지가 가득하다
내 은행
잔고는
텅 비었어도
마음의 은행은
차고 넘친다
그대에게
잔고는 줄 수 없지만
이 은행의 충만은
무한정 주고 싶다
어쩌면
이리도
고울 수 있을까
초가 지붕마다
감들이 주렁주렁 익어가고 있다
손이 닿았으면 좋겟다.ㅎㅎ
어느 집에서는
감 말리기가 한창이다
올해는
감이 풍년이라고 하더만
가지마다 감들이
어마하니 열렸다
고운
가을 햇살에
감이
말라가고 있다
돌담의 골목길은 항상 정겹다
그리고 아프다
유년의 추억에 먹먹해 진다
낙안읍성의 큰 은행나무 중의 하나
유주 은행나무 라고 한다
모양새가 젖 모양이면서 기둥처럼 생겼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초가와 노란 은행나무가 잘 어울린다
마을 한가운데 있는 은행나무
바람에 흔들릴때마다
낙엽들이 비처럼 내린다
대지를 채운다
가까이 보이는데
손은 닿질 않는다
도무지
따 먹을 수가 없다
새들은 좋겠다.
민박집
꽃화분이 예쁘다
주인의 심성이 느껴진다
커가기 시작하는 은행나무도
한껏 절정을 다한다
옛 우물터
토닥토닥
빨래 방망이 소리가 들려오는 거 같다
옛날 소품들을
그대로 재현해 놓았다
주렁주렁
가을은 그렇게 익어가고
계절은 하염없이 깊어간다
그러다
어느 순간에는
끝났다 고 말할 거 같다
장독대와
초가와
은행나무가
가을의 정취를 더해간다
초가위 로 불쑥
부끄러운가 보다
한쪽에서는
초가의 지붕에
이엉 잇기가 한창이다
성곽 전망대에서 보이는 민속마을 풍경
그 시절의 감옥
계절은 장소에 구애를 받지않고 피어난다
정갈하니 잘 꾸며 놓았다
노랗게 물이드니
마음 조차도
노랗게 채워진다
괜히
나 조차도 깊어가는 거 같다
이제
마을을 나서는 길
단풍나무 하나가
아직은
버틸만 하다고
힘차게
붉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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