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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야기(국내)/전라도

해바라기


비가 오는날

해남에 해바라기가 활짝 피었다 해서

빗속을 달려 찾아간 곳


해바라기가

온 밭 가득히 피었다


모두가

나를 향해

얼굴을 내밀고는

어디서 왔냐고

물어보는 거 같다


환장하게 피었다


방긋방긋

해맑게 피었다


+ 해바라기

아름다움만으로는 모자라
너는 그토록 많은 씨앗을 품고 있었구나

나는 너를 볼 때마다 난해하다
신은 왜
태양을 지상으로 끌어내려
저렇듯 욕심 많은 여자로 만들어 놓았는지

해설핏한 가을 날
아름다움으로도
열매로도 온전히 주목받지 못하고
쓸쓸한 논둑길을 혼자 걷고 있는 아내여

미안하다
약속인 듯 네 몸에 심어두었던
촘촘한 말들이 미안하다
(박남희·시인, 1956-)


해를 바라보느라

모두가 한 방향으로만

피었다

정녕

해바라기 이다


뭐에 쓰려고

이렇게 심었나 물어봤더니

소 여물로 쓰인단다

해바라기 먹고 자란 소 라고 할 것 같다


곱고

예쁘게 피었다


이 밭 말고도

주위에 두세군데의 해바라기 밭이 더있다


동경 숭배 의지 신앙

해바라기 꽃말 이다


해를 바라 볼수록

더 예쁘게 피는 거 같다


앞다투어

피어 나려는

꽃들의 표정이 보인다


+ 해바라기

담 아래 심은 해바라기 피었다

참 모질게도 딱,
등 돌려 옆집 마당보고 피었다


(박성우 시인)


등 을 돌린게 아니고

태양을 바라보느라

모진 마음 먹었을 게다


나에게

땅이 생긴다면

해바라기를 심어야 겠다고

문득

생각이 든다


꽃속의 꽃이 피었다

해바라기


전봇대와 나란히

정겹다



너의 눈빛은
너의 얼굴은
태양의 얼굴조차 닮아 버린
태양의 빛깔조차 닮아 버린


(박덕중 시인)


그리움이 하도 깊어
어느새 까맣게 가슴이 탔구나
해바라기야


(이해인 수녀)


사랑한다 

 

사랑한다 
 

수없이 되뇌이다 새까맣게 타는 속 
 

아침이면 다시 함박웃음 베어물고

 

아무 일 없는 듯 
 

보라, 흔들리지 않는

 

저 꽃들의 사랑법


(김신예)



동네 아주머니 들이

소풍을 나와서

찰보리밥에 점심이 한창이다

한그릇 얻어먹었다


해남 할머니들

우리네 할머니들의 전형적인

아름다움

그 땀들의 결실




누가

제일 예쁘냐고

물어보는 거 같다




해바라기 가족을 넘어

해바라기 부대


내가 제일 키가 커요


아니야

내 키가 더 크다고

고개를 내민다



해를 향한

열정





아주머니들

원두막에 앉아

군것질이 한창이네






여러

코스모스 밭을 보았지만

해남의 코스모스는

꽉 찬 느낌이든다


되돌아 보니

내가 미쳤었나 보다

햇님를 향한

열정 만으로도

이토록

찬란하게 꽃이 피는데

뭐한다고

먼 길을 돌아

상처였는지

개탄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