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봄에는
가난한 이들의 골목골목마다
따뜻한 소식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빈 둥지마다 맑은 심지 돋우며
새벽별이 실하게 차오르고
외롭고 힘든 일들로 밤이면 밤마다
가슴에 비질하는 이들에게
푸른 아침이 부리나케 달려갔으면 좋겠습니다
벌판을 지나온 그림자들이
아직은 추운 하늘에서 비척일 때
또박또박 눌러쓴 편지들이
따뜻한 날들의 희망을 말해주고
추신을 덧붙인 사연들이
서로의 젖은 어깨에 당도해서 고운 노래가 되는
그런 날들이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이 봄에는
젖은 발자국과도 운명처럼 어울려
꽃처럼 한 세상 터져 우는
그런 사랑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비가 내립니다
하루 종일 그리움만 돋아나고 있습니다
기도하는 동안
풍경이 한 자나 더 깊어진 듯 싶습니다
양형근님의 <봄의 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