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쫓기는 듯이 살고있는
한심한 나를 살피소서
늘 바쁜 걸음을 천천히 걷게 하시며
추녀 끝의 풍경소리를 알아듣게 하시고
거미의 그물 짜는 마무리도 지켜보게 하소서
꼭 다문 입술 위에
어린날에 불렀던 동요를 얹어주시고
굳어있는 얼굴에는
소슬바람에도 어우러지는
풀밭 같은 부드러움을 허락하소서
책 한구절이 좋아
한참을 하늘을 우러르게 하시고
차 한잔에도 혀의 오랜 사색을 허락하소서
돌 틈에서 피어난
민들레꽃 한 송이에도 마음이 가게하시고
기왓장의 이끼 한 낱에서도 배움을 얻게하소서
정채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