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지리산 천왕봉 - 하산
한국인의 기상 여기서 발원되다
천왕봉 정상석 뒷편에 새겨진 글자를 가슴에 품고
장터목 대피소 방향으로 하산을 시작한다
+ 행복
지리산에 오르는 자는 안다
천왕봉에 올라서는
천왕봉을 볼 수 없다는 것을
천왕봉을 보려거든
제석봉이나 중봉에서만
또렷이 볼 수 있다는 것을
세상 살아가는 이치도 매한가지여서
오늘도 나는 모든 중심에서 한발 물러서
순해진 귀로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행복해 하고 있다.
(허형만·시인, 1945-)
누가 일부러 쌓아놓은 듯한 바위들
옹기종기 즐겁게 살아가는 가족같다
온갖 기암괴석들이 즐비하게 자리잡고 있어서
내려가는 길이 즐겁다
바위에 새겨진 한문들의 의미는 따로 알아봐야겠다
갈팡질팡의 날씨
철쭉꽃이 지고있다
이곳의
날마다의 분위기를 보고싶다
비가 오는대로
바람이 부는 대로
안개에 가려진
저 너머의 풍경은
어떤 모습일까
같이 걷는 길
이런애기 저런애기
행복하겠다
안개가 자욱하니
내리막길의 분위기를 만들어 준다
지리산 -고사목
문효치
하늘을 향해
발돋음으로 서 있더라
꺽어지고 부러진
팔뚝마다 손가락마다
해진 깃발을 구름처럼 걸었더라
이승의 인연과 목숨을
한꺼풀씩 벗겨내고
승천하려다 주저않고 만
이무기가 되어서
원망스런 눈을
아예 감아버리고
빈 산에 높이 올라
하늘을 향해 발돋음으로 서 있더라
안개가
오가는 이의 마음을
부드럽게 만져준다
어서 오라고
잘 가라고
안개로 인해
영화의 한 장면같은
몽환적 분위기가 연출된다
중간중간에 고사목이 있어서
안타깝기 그지 없다
안개가 물러간 풍경
볼수록 아름답다
굽이굽이
지리산의 속살이 보인다
통천문
개선문 처럼
이곳을 통과해야 찬왕봉을 품에 안을 것이다
어느 모양 비슷한데
딱 뭐라고 단정하기가 어렵다
내려가는 길은
절로 흥이난다
발걸음에 속도가 붙는다
아름다운 우리나라
아름다운 우리강산
여기에 사는 나
더 아름답기를 소망한다
바위하나가 턱 하니 버티고 서서는
에헴!하며 오가는 이들을 지켜보고 있는 거 같다
꽃과 바위
딱딱함과 부드러움
못생김과 잘생김
남성미 여성미
한폭의 커플같다
귀를 쫑긋 세우고 있는 모양의 바위
+ 지리산 위에서
구름은 골짝마다 가득히 깔려있고
굽이굽이 산들은 펼쳐져 있는데
멀리 잿빛 산들은 구름 위에 올라 있다.
능선마다 울긋불긋 피어나는 단풍들
계곡마다 힘차게 흐르는 물소리
산길마다 사람들의 활짝 핀 모습들
생사고락은 산에도 있는 것
풍상에도 꿋꿋이 지켜온 신념
고사목이 되어서도 그 기상 변함없네.
세월에 묻힌 숱한 비화들
적도 동지도 한겨레인데
지리산은 말없이 안개만 깔고 있다.
통천문을 지나서 천왕봉에 오르면
하늘이 내려와 산아래 깔려있고
광활한 지리산은 하늘을 품고 있다.
(제산 김대식·시인)
얼마의 세월이 흐른걸까
이만큼의 풍경으로 얼마를 지낸걸까
자연은
수 많은 질문과 그리움들을
우리에게 물어온다
걸어온 길
안개가 고개를 넘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주춤거리고 있다
나도
저 능선을 타고
지리산 종주 라는 걸 해봐야지
안개가
고개를 넘기로 했을까
아직도
주저하는 사이로
바람이 분다
오롯이
혼자 걷는 길
하늘아래
나 혼자
이 행복의 길
길이 참 예쁘다
고사목은
얼마나
믾은
사연들을
품고 있을까
그 사연들을
하나하나 꺼내어
천년을 버티는지도 모르겠다
아직도
할 애기가 많다고
들려줄 애기가 많다고
고목은 바람을 통해 알려준다
양 옆으로
고사목들이 정렬하듯 서 있다
긴 침묵의 시간들로 채워 질 것이다
또 자라나는 구상나무들
자연의 이치이리라
장터목 대피소
천왕봉 일출을 보려면
필히 숙박해야 하는 명소
오매!맜있는 거~
요거 묵을라고 천왕봉인지도 모르겠다.ㅎㅎ
밥이 꿀맛 이라고 하는 거
체험하게 된다
점심을 든든히 먹고
중산리로 하산
배가 불러서인지
발걸음에
콧노래가 실려있다
비가 온 뒤여서
계곡의 물살이 제법 쎄다
생각할수록 우리나라 좋은 나라
유암폭포
웃통 벗어던지고
등줄기 시원하게 샤워하고 싶지만...
자연의 힘은
우리가 상상하는그 이상이다
하물며
이것을 창조하신
조믈주를 우리가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그 분의 위대함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사진 찍느라
방심하는 사이
휘리릭 스쳐지나가는
또 홀로산행의 한 분
같이 오시는 분들이 더러 이지만
이렇듯 홀로산행 하시는 분들도 참 많다
다리마다
이름들이 다 있던데
일일히 적어오질 못했다
소망의 돌탑들이
여기저기 아기자기 하게
많이 만들어 놓았다
내려오는 길 이면
항상 하는 생각이
여길 어떻게 올라갈꼬
걱정이 된다
그런 길을 걷고 올랐으면서도
타인의 코스는 힘들어 보인다
칼바위
썩은 무우라도 잘라 봤을꼬...ㅎㅎ
뾰쪽 솓은 끝트머리가
과연 칼을 닮았다
통천길
자연은 우리의 미래
하산완료
꿈에 그리던
지리산 천왕봉
한국인의 기상
그리고
나의 꿈을
이곳에서 다시한번
새겨본다
지리산 종주
정해지는 대로
도전해 보련다